어비움은 경기도 남부지역으로 용인, 안성, 평택, 화성, 오산시를 포함한 5개 지자체의 접변에 위치한 경계지역이다. 문화예술의 불모지이며, 경계지역의 특성상 각종 혐오시설(소각장, 장례터, 공장부지 등)이 산재하고 있다. 위자까야 프로젝트가 경계의 꽃이라는 발상은 여기에 기인한다. 도시와 농촌의 경계이며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자연환경의 파괴와 토착 공동체의 붕괴현상까지 가속화되는 도시의 외곽, 경계지역에서 열리는 위자까야 프로젝트의 남다른 의미가 있다.
We 작가야;
우리는 작가다.
위자까야
창고전시 프로젝트 2
강도영 강민규 강수현 고주안 문효선 박민준 박햇님 박현철 이미애 이은아
2018.08.07 – 09.01
아트스페이스 어비움
기획 : 강민규 작가
전시서문 : 조두호 아트스페이스 어비움 디렉터
디자인 : 고주안 작가
WEZAKAYA
위자까야-어비움 프로젝트를 위한 서문 : 경계에서 피는 꽃.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함민복 시인의 말이다. ‘경계의 꽃’이 함축하는 중의적 의미는 해석에 따라 다양한 층위를 나열한다. 얼마전 위자까야 프로젝트가 처음열린 파주에 갔었다. 경기도의 북단에 위치한 파주에서도 외곽에 위치한 출판물류 창고에서 위자까야 맴버들의 흔적, 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이들의 조합은 단순한 해프닝에서 시작되었다.
홍대 근처 어느 일본식 선술집‘이자까야’에서 담소를 나누던 이들은 엉뚱하지만 우리만의 조형언어를 표현할 수 있는 전시를 스스로 기획하기에 이른다. 이름하여 ‘위자까야_We작가야’, ‘우리는 작가야’ 라는 다소 우습지만, 재기발랄한 기획을 구상한다. 아름아름 모인 10여 명의 위자까야 작가들은 미술대학을 졸업 후 각자의 방식으로 현실적 삶과 이상적인 예술의 경계를 뭉개가며 살아가던 예술적 동지이다. 예술가의 길이든, 현실의 삶을 위한 생업에 뛰어든 이들이든, 과도기에 위치한 것은 동일한 시점에서 경계의 프로젝트 위자까야가 기획된 것이다.
WEZAKAYA
위자까야-어비움 프로젝트를 위한 서문 : 경계에서 피는 꽃.
이번 전시는 아트스페이스 어비움이라는 경기도 용인시 어비리에 위치한 도시의 외곽 지역에서 펼쳐진다. 어비움은 경기도 남부지역으로 용인, 안성, 평택, 화성, 오산시를 포함한 5개 지자체의 접변에 위치한 경계지역이다. 문화예술의 불모지이며, 경계지역의 특성상 각종 혐오시설(소각장, 장례터, 공장부지 등)이 산재하고 있다. 위자까야 프로젝트가 경계의 꽃이라는 발상은 여기에 기인한다. 도시와 농촌의 경계이며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자연환경의 파괴와 토착 공동체의 붕괴현상까지 가속화되는 도시의 외곽, 경계지역에서 열리는 위자까야 프로젝트의 남다른 의미가 있다.
WEZAKAYA
위자까야-어비움 프로젝트를 위한 서문 : 경계에서 피는 꽃.
이번 전시는 총 10인의 젊은 예술가가 참여한다. 먼저, 이미애 작가의 ‘Here I am’은 귀여운 뭉게구름 모양의 머리를 한 작은 피규어를 공간의 사이사이에 설치해 관람객들에게 우연적 놀라움과 웃음을 자아낸다.
스티커를 통해 작품의 복제와 이동, 새로운 해석과 설치를 통해 오프라인의 공간에서 작품을 통한 소통을 시도한다. 문효선 작가는 ‘기억’이라는 회화를 선보인다. 새의 둥지로 짐작이 가는 나뭇가지를 드로잉하고 가운데 공간에는 심연에 가까운 어두운 그림자가 칠해졌다. 작가에게 나뭇가지를 수집하는 행위는 은닉공간이자 휴식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안식처이지만 반대로 모아진 기억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왜곡된 자아를 편집하는 기억에 대한 위태로움을 지적한다.
WEZAKAYA
위자까야-어비움 프로젝트를 위한 서문 : 경계에서 피는 꽃.
박현철 작가는 ‘정지적 발육기’라는 곤충의 번데기를 형상화한 가죽재료의 조형을 설치한다. 현재 경계의 위치에 서있는 작가의 상태를 짐작케 한다. 외형상으로 정지적 발육기임에도 끊임없이 내부의 용광로에서 뜨거운 용해작용이 일어나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박민준 작가는 ‘column’이라는 합성목재로 제작된 기둥과 부착된 선반을 구성적으로 배열했다.
박민준의 사용한 가설적인 도형과 구성된 위치들은 비구상 회화의 그것처럼 다분히 무의식의 구체화이자 현실과 가상을 조합하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WEZAKAYA
위자까야-어비움 프로젝트를 위한 서문 : 경계에서 피는 꽃.
고주안 작가는 개별 프로젝트로 ’Daily Drawing Project’와 ‘Road Sign’을 시도한다. 스스로의 게으름에 대한 반발과 일기를 쓰듯이 매일 드로잉을 실천하는 작업은 거치고 투박한 필체로 눈에 보이는 ‘백색 소음’과 같은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길거리 사인물 피켓을 이용한 새로운 시도는 공공미술의 표지판 프로젝트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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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자까야-어비움 프로젝트를 위한 서문 : 경계에서 피는 꽃.
강도영 작가는 감정의 흐름을 무의식적인 드로잉과 색채를 통해 표현한다. 습관적인 낙서처럼 반복되는 자동기술적 행위는 평면위에 망울져 독특한 감성을 펼친다.
박햇님 작가는 팝아트나 애니매이션의 그것처럼 대중적이고 친숙한 색감과 구조를 차용했다. 인체가 늘어지고 변형 혹은 다른 생명체로 치환되는 과정을 나타내는 그의 회화는 불안한 자아와 흔들리는 형체의 기묘한 조우를 통해 현대인, 작가 자신의 현재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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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자까야-어비움 프로젝트를 위한 서문 : 경계에서 피는 꽃.
강수현 작가는 색이 가지는 의미와 개인적 기억에서 비롯한 사물의 형태가 지니는 상징을 통해 화면을 구성한다. 유년시절의 추억 속 ‘레고’에 등장하는 야자수는 순수한 희망이라는 상징이며, 어두운 푸른색과 분홍색은 우울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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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자까야-어비움 프로젝트를 위한 서문 : 경계에서 피는 꽃.
다음으로 강민규 작가는 ‘신비동물’이라는 주제를 오래 동안 추적해온 작가이다. 고유의 생물과학에서 동떨어진 신비동물학은 과거에 존재했거나 현재는 그 형태와 종의 특성이 온전히 복원되지 않은, 신화적 상상력을 통해 추정되어지는 신비의 생명체를 다룬다. 작가는 조각의 고전적 방법인 소조를 통해 거대한 형상조각을 구현하는 한편, 근작으로 3D 프린팅과 광섬유와 조명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설치 작업을 시도한다.
마지막으로 이은아 작가는 사슴과 뿔, 홍학, 뱀과 같은 신화적인 동물의 형상을 어지럽게 꼬아 미묘한 긴장감을 구축한다. 사슴의 뿔은 ‘메두사’의 머리에 뱀처럼 길게 늘어지며 끝에는 홍학의 머리가 놓여 몽환적이면서도 낮선 분위기를 자아낸다.
WEZAKAYA
위자까야-어비움 프로젝트를 위한 서문 : 경계에서 피는 꽃.
이상으로 평면과 입체를 다루는 작가 10인이 참여한 ‘위자까야’는 20대와 30대의 젊은 예술가로서의 진입과 현실의 틈을 비틀며 서로 다르지만 자신들만의 조형언어로 대화를 열어가는 새로운 시도를 펼치고자한다. 장소적 경계에 위치한 아트스페이스 어비움에서 이들 젊은 예술가들의 ‘경계의 꽃’이 만개하기를 바란다.
글_조두호
아트스페이스 어비움 디렉터, 문화인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