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익숙함’이란 쓰레기를 떨쳐내기 위한 하나의 장치는 전시다. 작품을 그리는 행위와 매 일을 비슷하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나의 모습들 속에 존재하는 폐단들을 떨쳐버리고자 하는 끊임없는 시도다.
고주안 기획초대전 '늘 걷는 길목에 쌓여있는 쓰레기들'
2019.03.04.(Mon)-03.14.(Thu)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문 의 : www.artforum.co.kr / T.032_666_5858
기 획 :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아트디렉터 : 이훈희
큐레이터&디자인 : 고주안
후 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Colors
고주안 '늘 걷는 길에 쌓여있는 쓰레기들'
작년 초 연고도 없는 부천에 이사온 뒤, 길을 익히기 위해 정처 없이 걷던 길들은, 어느새 습관 이 되어 자주 걷는 길목이 되어버렸다. 공사 중이던 건물에는 사람들의 흔적이 생겨나고, 매일 그 자리에 있던 길 고양이는 어젠가부터 보이지 않는다. 안보겠다 다짐했던 스마트폰을 꺼내어 네비게이션으로 집 주소를 찍고 돌아오던 일도 이제는 제법 괜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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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주안 '늘 걷는 길에 쌓여있는 쓰레기들'
‘오늘은 무엇을 먹었을까?’,
‘오늘은 버린 것이 별로 없네?
내가 자주 걷는 길목에 있는 쓰레기 더미들을 보며 갖는 생각이다. 길의 위치는 늘 같지만, 그 안에서 생성되고 소멸되는 것들이 흡사 인류가 살아왔던 길처럼 느껴진다. 마치 부모와 자식 간의 세대를 막론한 끊임없는 갈등이, 방식만 다를 뿐 ‘늘’ 있어왔던 것처럼. 끊임없이 쓰레기가 버려지는 현상도 매우 흥미롭다. 버려진 쓰레기는 이 전에 하나의 새로운 음식 또는 휴지, 일상생활에 필요한 무엇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무언가 소비를 하며 살아간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렇게 쓰고 버리는 것이 익숙해져, ‘버린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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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주안 '늘 걷는 길에 쌓여있는 쓰레기들'
한반도 분단, 매스미디어의 폭발적인 노출에 따른 이미지과잉 현상들 속에 익숙해진 우리는 그것들이 큰 문제로 다가오지 않는다. 익숙해진 것이다. 어쩌면 ‘쓰레기’들은 이러한 익숙함 속에 서 나올지도 모른다. 나 또한 쓰레기일지도. 그나마 재활용품이면 좀 나을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익숙함’이란 것은 결과가 아닌 하나의 과정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것이 익숙했다는 점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한 차례 혹은 여러 차례의 충격적인 경험이 동반되어 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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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주안 '늘 걷는 길에 쌓여있는 쓰레기들'
나에게 ‘익숙함’이란 쓰레기를 떨쳐내기 위한 하나의 장치는 전시다. 작품을 그리는 행위와 매 일을 비슷하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나의 모습들 속에 존재하는 폐단들을 떨쳐버리고자 하는 끊임없는 시도다. ■ 고주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