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프리카, 2015

Scroll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못살고 어렵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가 무능력한지' 등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당장 눈앞에 양파와 파프리카를 어떻게 음식에 잘 어울리게 요리할지. 이게 내 고민이다.

Date

2015

Frame

X

Type

Painting

내가 매일 일상에서 마주하는 것들이 어느 순간 낯설 때가 있다. 2014년부터 15년까지 서울에 있는 대학원을 다녀보겠다고 올라와서는 부모님 손 안 벌리고 살기 위해서 어지간히 애썼다. 그렇다고 완전히 독립한 것도 아닌 상태.. 였기 때문에 어떻게든 금전적인 지출을 막기 위해서 매일 싸고 저렴한 것들만 찾았다.

양파, 파프리카, 냉동 대패삼겹살만 있으면 무엇이든 해 먹었다. 간장과 설탕이 있으면 간장삼겹, 고추장과 설탕 있으면 제육, 그냥 소금만 뿌려도 되고, 그냥 후추로만 볶아먹어도 된다. 야채만 먹기도 어려운 것이 야채는 보존이 어렵다. 냉동 고기처럼 오래 두고 먹을만한 음식이 아니다.

고주안_양파프리카_부분이미지_2015
고주안_양파프리카_부분이미지_2015

친구들은 그랬다.

 ‘그래도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면 좋은 거 아냐?’

글쎄. 하고 싶은 게 뭘까? 생각해 보니 난 뭘 갖고 싶고, 뭘 먹고 싶을까? 다만 확실한 한 가지는 ‘적어도 한 가지 분야를 죽도록 끝까지 밀어붙여 나아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게임을 해도 만렙까지 끝까지 해본 적이 없고, 무언가 배우려 알아보면서도 끝까지 그것을 디벨롭 시켜본 바가 없다.

의지력이 약한 걸까? 아니면 무능력한 걸까?

고주안_양파프리카_부분이미지_2015
고주안_양파프리카_부분이미지_2015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못살고 어렵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가 무능력한지’ 등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당장 눈앞에 양파와 파프리카를 어떻게 음식에 잘 어울리게 요리할지. 이게 내 고민이다.

“마음의 즐거움은 양약이라도 심령의 근심은 뼈로 마르게 하느니라”
 
– 잠언 17장 22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