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코로나로 인해 ‘이 참에 잘 됐다!’싶어, 같이 시작한 오픈멤버를 쳐내던 전 직장의 악랄한 사장 덕에 나 또한 ‘이 참에 잘 됐다!’싶어 일을 그만두고, 작업도 쉬고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마음먹었다.
늘 어떤 일을 해도 작업을 병행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었고, 늘 밤 늦게 까지 온갖 고민에 시달리다 피곤하게 마주하는 아침은 지옥 같았다.
코로나 시대를 통해 앞으로 오프라인 공간에서 전시 활동이 앞으로 미래에 소수의 분야로 남을 것이고, 대다수의 인원은 온라인 공간에서 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과 점점 숨이 막혀오는 현 시대의 경제, 금융 정책들이 ‘앞으로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언제든 무너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뭉쳐 ‘취준생의 길’을 결심하게 되었다.
34살. 대학 졸업 후 바로 일을 시작하는 친구들에 비하면 이른 나이는 아니고, 이미 내 친구들 중에는 일찍이 일을 시작한 친구들은 과장을 달 정도로 시작이 늦긴 했지만, 그래도 ‘취업’을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10년 후든 20년 후든 작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길거라는 확신에 내일배움카드로 5개월 과정 ‘웹 퍼블리싱’을 수강했다. 마침 타이밍도 좋게, 일 그만두고 1달 쉬고 나서 바로 수강 과정이 있어 2월 9일. 나는 고등학교 이후로 처음으로 매일 주 5일 8시간씩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너무 아쉬웠다. 다행히도 강사님께서는 원하는 학생은 학원에 와서 들으라 해서 초반에 몇 번 나가긴 했지만, 집이 편하고.. 또 하다보면 졸립기도 하고 정말 정신 차리면서 하기 쉽지 않았다. 특히 초반 과정은 HTML/CSS코딩 작업보다는 포토샵, 일러스트 위주의 수업이었기 때문에 한 2달 가까이는 딴 짓도 많이 했었다. 그래도 유의미 한 점이라면 그 시간에 그래픽 관련 자격증을 따고자 GTQ 포토샵 1급, 일러스트 1급을 시험을 쳤고, 포토샵은 1개 틀리고, 일러스트는 만점으로 자격증을 땄다.
중반에 와서 HTML수업은 재미는 있었는데, 한번 놓치면 따라가기가 좀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사실 매주 시험도 봤는데, 그걸 혼자 너무 심각하게 하는 바람에 매번 제출이 늦어지기도. 여튼 그렇게 안갈 것 같던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 듯 6월의 끝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력서를 작성하기 위해 난생 처음 정장을 입은 증명사진을 찍었고, 작가CV는 써봤지만, 내 모든 이력을 총망라한 자기소개서, 이력서 등은 처음이었다. 대기업 취업한 친구들 자료 받아서 참고도 하고, 어쨌든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그런 자료들 정리 하는 것들은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구직활동 시작하고 1달 정도는 여유 있게 면접 보고 좋은 제안 오는 곳을 찾고 싶은 욕심도 있었으나, 이미 6개월을 넘게 실업 급여도 지원금도 없이 버텨온 탓에 정말 이제는 돈을 끌어올 방법이 없는 상태이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내 이력서를 보고 먼저 면접 제안 온 곳이 있었다. 느낌이 새로웠던 면접인데, 우선 내가 원하는 급여의 마지노선은 맞춰줄 수 있었고, 주차도 용이, 위치도 괜찮았다. 경기도든 어디든 갈려고 했었는데 서울이지만 구로 쪽이라 멀지도 않았고, 느낌이 좋았다.
어쩌다보니 대리 초임으로 입사하게 되었다. 이제 2주차. 아직 뭔가 미션 수행하는 느낌으로 자료 리서칭 하고 디자인 작업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직원 일정에 일일이 간섭하지 않아주시니, 오히려 일 할 맛이 난다. 더 잘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이왕 시작 한 것 5년 안에 연봉도 늘리고, 아파트로 이사가고 싶다. 운 좋으면 결혼도 하고 싶다.
인생 제 2막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