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 ‘지나가는 이야기 #01. 가짜밀도’ @탐앤탐스블랙 청계광장점

대입 시험을 준비하며 실기시험에 몰두하던 때, 전공 실기 교수의 눈에 최대한 눈에 잘 띄게 그리기 위해 석고상을 크게, 명암대비를 강하게 그리고 시험에 남는 시간 동안 최대한 면을 쪼갰다. 완성의 척도가 수많은 터치와 눈에 거슬리지 않는 중간톤 들. 일명 ‘가짜밀도’라 불렸다.

TITLE

고주안 개인전 <지나가는 이야기 #01. 가짜밀도>

TYPE

SOLO EXHIBITION

ARTIST

고주안

LOC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96 탐앤탐스블랙 청계광장점

DATE

2020.01.06 – 03.30

고주안 작가의 가짜밀도 시리즈 개인전, 탐앤탐스블랙 청계광장점
고주안 작가의 가짜밀도 시리즈 개인전, 탐앤탐스블랙 청계광장점

점점 쌓이는 쓰레기들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활동을 위해 SNS에 과거 전시사진을 올리는 행위나, 유사 얼리어탭터를 위해 무리해서 할부로 구입한 전자제품. 각기 어떠한 이유로 구입하고는 안 듣는 음악CD, DVD, LP 등. 내 주위를 채워가는 것은 점점 많아지는데.. 나는 채워지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고주안 작가의 가짜밀도 시리즈 개인전, 탐앤탐스블랙 청계광장점
고주안 작가의 가짜밀도 시리즈 개인전, 탐앤탐스블랙 청계광장점

밀도가 높은 삶이 아닌, 허무로 채워진 밀도의 삶

나는 여전히 모은다.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장바구니에 넣고 또 뭔가를 지른다. 또 쌓이고. 또 정처 없이 일 년 여간 그래왔듯 늘 걷는 길을 걷는다. 걷지 못하고, 사지 못할 때. 그때인 것 같다. 미칠 듯이 여백 없는 그림을 그리는 시기가. 아.. 그러니까 결국 허한 감정을 무의미한 행동의 반복으로 쌓아 올리는 셈인가? 움직일 때 그나마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니까. 맞아. 그러니까 사실 밀도가 높은 삶이 아니라, 허망한 것을 외면한 나의 진정한 쓰레기들이 잔뜩 채워진 것 일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규칙적이고 끊임없이 쌓아올려진 요소들은 하나의 이미지를 완성시켜 환영의 실재를 재현한다.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가짜밀도는 사실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서 나의 사유는 확실하게 ‘완성된 작품으로써’ 존재하게 된다.

고주안 작가의 가짜밀도 시리즈 개인전, 탐앤탐스블랙 청계광장점
고주안 작가의 가짜밀도 시리즈 개인전, 탐앤탐스블랙 청계광장점